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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밍아웃. 스스로 자신의 지향성이나 사상을 밝히는 행위. 주로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지향성 및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벽장에서 나오다(Coming out of the closet)'에서 유래했다. 현재 대중문화 속에서 '게이'는 여성의 친한 친구이자 카운셀러나 화려한 패셔니스타 정도로 가볍게 인식되지만, 이 남자가 아니었다면 아마 아직도 어두운 벽장 속에서 숨어 지내야 했을지도 모른다. 바로 미국의 정치가이자 게이 인권 운동가 하비 밀크 (1930.5.22~1978.11.27)의 이야기다.

 1970년 뉴욕, 하비 밀크(숀 펜 분)와 그의 연인 스캇(제임스 프랭코 분)은 새 삶을 찾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이주를 결심한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5구역 카스트로 거리에 작은 사진관을 열고 가게를 중심으로 거대한 게이 커뮤니티를 조직하고 활성화한다. 지역 사회의 보수적인 시선과 공공연한 탄압 속에서도 게이 커뮤니티를 거대한 유권자 조직으로 만든 밀크는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에 도전, 3수 끝에 당선된다.

 그가 계속해서 시의원에 도전한 이유가 있다. 당시 의회에서 게이 인권을 해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던 기독교 근본주의자 정치 세력에 맞설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 각고의 노력 끝에 시의원에 당선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게이 인권을 보호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그는 일약 스타 정치인으로 발돋움한다. 그러나 그의 의정 활동은 그리 길지 않았다. 11개월의 의정 활동 중 그와 대립각을 세우던 전 시의원 댄 화이트(조시 브롤린 분)에게 살해당하며 체 오십이 넘지 않은 짧은 생을 마감한다.

 이 짧았던 한 정치인의 삶이 구스 반 산트 감독에 의해 스크린에 옮겨졌다. 스토리 대신 이미지와 인상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혁신적인 영화 문법을 선보였던 레퀴엠 3부작(<게리>, <앨리펀트>, <라스트 데이즈>)과 <파라노이드 파크>이후로 간만에 전형적인 드라마투르기로 돌아왔다. 실존인물의 삶을, 그것도 이 시대에 큰 정치적 유산을 남긴 인물을 그리기에 파격적인 영화 문법은 다소 어울리지 않았을 터, 다시 전통적인 영화 화법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덕에 지난 10년간 그가 내놓은 어느 작품들보다도 대중적이고 또 교훈적이기까지 하다. <밀크>는 2008, 9년 각종 시상식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총 5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34개의 상을 받았다. 그중에는 두 개의 오스카 상(남우주연상과 각본상)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나 주인공 밀크 역을 맡은 숀 펜을 빼놓고는 이 영화를 논할 수 없다. 실제 밀크의 주변인들도 실제 그를 보는 것 같다며 감탄했다는 숀 펜의 연기는 왜 그가 현재 할리우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기파 배우인지 증명한다. 거기에 현재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차세대 연기파 배우들 에밀 허쉬, 제임스 프랭코, 디에고 루나와 조시 브롤린까지 모두 제 몫을 톡톡히 다 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배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밀크>는 무척 흥미로운 영화다.

 영화의 구성 방식 또한 눈여겨볼 점이다. <밀크>는 세 가지 질료를 혼합해 감정의 몰입을 자연스레 이끈다. 하나는 사실에 기초한 극화, 두 번째는 당시 실제 영상 자료, 그리고 마지막 암살을 예감하고 유서를 녹음하는 하비 밀크의 음성이다. 영화는 할리우드식 영웅주의에서 살짝 벗어나 하비 밀크라는 인물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그리려 노력한다. 극화에 실제 자료화면과 정치 인생을 회고하는 밀크의 음성이 더해지면서 영화 속 가상이 아닌 실제 밀크라는 인물에 대한 관객의 감정 이입을 촉발한다. 거기에 약속을 배반하고 상대에게 위협을 가하는 밀크의 다소 어두운 면까지 낱낱이 그리면서 관객이 그를 영웅이 아닌 한 인간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관객이 밀크와 자신을 똑같은 인간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가 남기고자 한 메시지는 오히려 더 큰 힘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게이의 인권을 해치는 법안에 반대하기 위해 동료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에게 보편적 인권이라는 추상적 담론을 호소하라고 조언하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한다. 오히려 "사생활은 적이다."라는 말까지 남기며 '벽장' 안에 있는 이들이 더 많이 커밍아웃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승리한다. 이것이야말로 (자크 랑시에르가 말한) 사회의 합의를 분할하고 끼어드는 '몫 없는 자들'의 정치, 하나의 '사건'으로서의 정치, 진리의 정치, 대문자 정치(politics가 아닌 Politics)의 참모습 아니던가? 소문자 정치의 시대에 그의 단호한 전략적 선택과 행위가 보여주는 바가 크다. 그가 남긴 이 유산과 교훈을 잊지 않고 계승하는 것 또한 우리가 해야 할 일.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모두 그에게 큰 빚을 진 셈이다.

밀크
감독 구스 반 산트 (2008 / 미국)
출연 숀 펜, 에밀 허쉬, 조쉬 브롤린, 디에고 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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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흥겨운저질 Trackback 3 : Comment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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